2013년 6월 5일 수요일

도시농부학교, 도시농부들의 탄생

도시농부의 탄생(월간환경 5월 기사)

김충기(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나, 사무실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지금 도시농부학교 수강생인데요, 아는 사람 한명이 꼭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해요. 한 명 만 더 신청받아줄 수 있나요?”
“원래 수강인원이 30명인데 이미 30명이 넘어서요. 곤란합니다. 수강 신청한 인원은 많은데 수강료 입금순으로 마감했어요”
“제발 부탁해요. 저희 이번에 꼭 농사지어야 해요”

올해들어 유난히 짧은 모집기간에도 수강신청자가 몰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30명 정원인데 37명이 수강등록하여 교육실에 추가로 의자를 놓고 진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추운날씨에 비좁게 느껴질 수 있는 교육실의 조건에도 수강생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항상 출석률이 90%가 될 정도로 참여율도 높고 열의도 높았다.

인천도시농부학교는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후 항상 설날이 끝나면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한다. 절기로 보면 입춘의 기운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알림이기도 하면서, 단체의 입장에서는 일년의 첫사업이 바로 도시농부를 양성하는 도시농부학교이다. 아직 추운 기운이 지배하고 있는 이때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농부학교가 끝날때 쯤, 텃밭농사를 시작할 시기로 맞추기 위해서이다. 한참 관심이 높을 시기에 수료를 하면서 텃밭농사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채소값 폭등으로 채소 사먹기가 부담스러웠던 때를 기억합니다.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채소 값 추이를 지켜보면서 식생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지구 생태계에서 자신이 먹을 음식을 제 손으로 구하지 못하는 유일한 종이 인간이라는 글을 읽고 무척 반성했어요. 그동안 나는 내가 먹는 음식을 내 손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알게 되었고, 무척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최지향_인천도시농부학교 6기 수료생)

대부분의 도시민들이 텃밭농사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분히 개인적인 목적이 크다. 먹거리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농사를 배워보겠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귀농을 준비하는 은퇴를 앞둔 세대들, 생태와 농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층이 도시텃밭농사라는 새로운 삶의 스타일에 도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수강생들은 중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저마나 개성들도 많고, 사연도 많다. 사실 처음에는 개인적인 배움을 목적으로 강의를 듣지만 서로가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학교라는 딱딱한 과정안에 윤활유역활을 하는 것은 바로 막걸리 뒷풀이.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저녁강의 뒤에 몇번의 뒷풀이를 일부러 필수과정으로 넣었다. 농사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기에 사람들은 금방 친해진다. 한번은 과정 중간쯤에 농사속담퀴즈를 내어 선물을 살포하기도 했다. 아직 춥지만 현장에서 진행된 텃밭실습시간 끝에는 꼭 빠지지 말아야할 막걸리 뒷풀이가 진행되었다. 수업을 통해 하나 더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더 중요하기에 도시농부학교는 막걸리를 중요하시 한다.

마지막 수료식에는 각자가 준비해온 안주로 막걸리파티를 갖는다. 의외로 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수료증과 함께 준비한 수료선물에 대해 설명을 할때 수강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선물로 준비한 호미. 어디든지 살 수 있는 공장 호미가 아니라 대장간에서 직접만든 호미를 준비했다. 사실 호미를 모두에게 줄거나 말거냐를 가지고 긴 회의를 거쳐 결정된 일이다. 적은 비용을 아껴가며 도시농부학교를 하는 이유는 ‘호미로 도시를 경작하’는 도시농부들을 양성하기 위해서이다.

두번째로 준비한 선물은 토종씨앗. 몇 해 전 토종종자를 수집확보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씨드림’이라는 모임에서 얻은 것으로 시작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조금씩 조금씩 늘려온 토종씨앗들 6종을 묶음으로 준비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텃밭에서 키워 다시 종자를 퍼트리기에 충분하다. 이 씨앗은 도시에서 토종종자를 더 많이 퍼트리기 위한 종자이다.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또다시 본인이 씨앗을 늘려 퍼트려달라고 하는 일종의 숙제라고 설명을 했다.

호미와 씨앗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농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경작하는 도시농부들. 이들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지금의 도시를 갈아엎고, 모두가 살아나는 생명의 대안사회를 만드는 씨앗을 퍼트리는 사람들이다. 거창한 목표라고 할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이 도시농부학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상추를 기르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진정한 도시농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호미와 씨앗은 있지만, 농사지을 땅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텃밭회원들과 함께 농사지을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3곳의 공동체텃밭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주말농장과 같이 텃밭을 분양하는 것은 같으나, 텃밭회원은 아무나 될 수 없다. 두가지 조건을 내세운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정회원으로 가입하기. 도시농부학교를 수료하기. 정회원이 된다는 건 단체의 활동을 후원한다는 것으로 도시농업의 가치확산에 대한 공감대가 없으면 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분양비용까지 추가가 되면 그냥 주말농장을 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덜 든다. 도시농부학교를 들어야하는 이유는 기본적인 농사에 대한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기초과정이 없으면 농사를 짓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텃밭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잘 가꾸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리고 공유하고, 10년안에 시골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텃밭이 오래토록 좋은 생각, 좋은 실천이 스미는 밭이 되시길 바랍니다.” -(최바람_인천도시농부학교 6기 수료생)

이번 수료생들 절반이 넘게 텃밭회원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새로 시작하는 공동체텃밭에서 함께 농사를 시작했다. 다양한 농법을 실천하는 도시농업은 순환을 중심으로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공동체텃밭은 관리를 해주는 곳이 아니라 함께 가꾸어가는 공간이고, 농사짓는 모두의 공간이다. 텃밭회원은 한달에 한번 공동체모임을 통해 부족한 농사실습도 하고 친목을 다지는 시간도 갖는다. 개인이 하는 텃밭공간뿐만 아니라 함께 농사짓는 공간도 있고, 앞으로 필요한 쉼터나 뒷간 등도 함께 만들어가 우리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게 할 것이다.

농사가 시작되었다. 저마나 심고 싶은 것도 다르고, 농사짓는 방법도 다르고, 밭에오는 목적도 다르지만, 흙과 함께 풀과 함께 자연과 함께 이웃과 함께 길러내는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환경도 찾고 공동체도 찾고 건강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시농부들의 건강함이 확산될수록 농사도 사회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호미로 도시를 경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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