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5일 수요일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숲과 들을 인생에 담다"
변현단 전 연두농장 대표 강의를 듣고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4년 전 이 책이 나오고 처음으로 인천에 강의를 부탁해 변현단 대표(연두농장 전대표)의 수업을 들었던 기억으로 이날 강의를 기다렸다. 2년 전 귀농을 하면서 일부러 인천까지 올라오게 하는 것이 염치가 없어 강의부탁하기가 어려웠는데 흔쾌히 강의를 수락해주셨다. 단, 자주 도시로 올라가는 것은 생활에 리듬이 깨지니 기간을 두고 3~4주 정도 마다 한번씩 올라오기로 한 것으로 강의일정을 조정해주길 원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어머니를 병간호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6월1일 강의는 '책으로 만나는 도시농부'강좌에 '풀의 이해와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의 저자 변현단으로 강의를 부탁했다. 토요일 오후 2시 오전에 텃밭에서 모임을 끝내고 잠시 집에들러 간단한 점심을 먹고 수업을 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번 강좌가 열리는 '작은도서관아름드리'는 1층에 유기농공정무역 카페가 있고 2층에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시작한 도서관이다. 1층 카페에 들어서니 벌써 선생님이 한쪽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무언가(원고로 보이는)를 읽고 있었다.

"오랫만입니다"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이제 얼굴에 연륜이 느껴지네.."
"선생님은 얼굴이 많이 좋아보이세요"

실제, 귀농을 준비하고, 내려갈 곳에 집을 짓고있을 무렵 강의를 하러 왔을때 잠깐 인사하고 2년 넘게 못 보았는데, 얼굴에 평온함이 자리잡았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더 젊어보이기도 했고...

"연두농장에 있을때는 좋긴했지만 이것저것 다 신경써야 할게 많고, 여러 명의 생계도 생각해야 됐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마찬가지 잖아요?"
"그렇죠, 저도 신경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죠"

변현단 대표를 처음 알았을때는 2008년으로 기억한다. '연두농장'이라는 자활농장을 시흥에서 꾸려 도시에서 생태적인 농사공동체를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는 '자활'이라는 정부지원을 받는 형태에서 '자립'을 위해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농장으로 독립을 하던 때였다. 연두농장은 도시에서 농사로 먹고사는 공동체모델이었다. 물론 농사로 생산자공동체를 꾸리긴 했지만, 다양한 교육과 꾸러미에 의한 경제적인 것 외에도 변현단 대표의 개인의 역량으로 벌어 연두농장을 유지하는 것에 많이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변현단 대표의 귀농이후 사실상 연두농장은 없어졌다. 도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오던 공동체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만, 개인으로 보면 더 행복한 삶에 대한 선택을 막을 명분이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2년만에 본 얼굴은 평온하고 여유로왔다. 2008년 첫 인상에서 2011년 귀농직전까지의 모습은 뭔가 쎈 느낌, 에너지의 넘침, 거침없음이었다면 지금은 많이 온화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역시나 강의의 시작부터도 달랐다. 곡성에서의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행복함이 묻어난다. 강의의 30분을 농부로의 지금의 삶을 이야기했다.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내려간 다른 집들과 생활하는 이야기, 본래 마을에 살던 어르신들과의 이야기.



이어서, 올해 찍어두었던 풀과 텃밭의 사진을 보며 농부로의 일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멧돼지의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멧돼지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심지 않으면 되기에 올해는 고구마를 심지 않는다', '콩도 고라니의 피해를 받으니 안심는다. 심어놓고 마음이 상하는 것 보다 났다', '자급을 위해 150평 정도면 되지만, 더 많이 하는 것은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아직 경제적인 것을 위해 농사지은 것을 팔지 않는다. 다만, 나누어주기는 한다'

예전의 강의에서는 풀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단다. 내려가니 텃밭에 있는 풀보다 더 좋은 것들이 산에 널려있다는 것이다. 도시농부였을때 풀과 귀농한 농부의 풀은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풀은 주로 '잡초'를 대상으로 한다.

풀 중에 '잡초'는 내가 목적으로 하지 않는 풀을 말한다. 밭에 고구마를 심었는데 바랭이가 나면 잡초이다. 요즘 인기있는 쇠비름도 밭에서 나면 잡초이다. 작물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잡초라고 해서 필요가 없는 것일까? 목적하지 않았을 뿐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몸의 보약이 된다. 그래서 도시농부들은 밭에 있는 잡초를 약초로 생각하자. 자세한 풀 먹는 법은 책에서 찾아보시길...


그럼, 농사에서 풀관리는 어찌하자는 것일까? 모두 먹으면 될까? 선생님은 여전히 풀과 싸움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풀관리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비닐을 덮지 않고서야 풀을 관리하는 것은 농사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다 먹을 수도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관리 대상의 풀은 사실 손에 꼽는다. 바랭이, 환상덩굴, 쑥 같은 풀을 제외하고는 작물에 크게 위협되는 풀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토끼풀, 얼치키완두같은 풀은 지력을 회복하는 녹비의 역할도 한다. 관리대상의 풀들을 초기부터 관리해주시기만 한다면, 나머지 풀들은 활용의 대상이 된다. 개망초는 오히려 풀멀칭의 효과가 높은 아주 좋은 멀칭재료가 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큰 개망초대는 멀칭으로 활용한다. 

"귀농을 할때 농업인으로 내려가면 힘들어진다. 농부가 되어야 한다."

작물을 먹을 것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는 순간 욕심이 생기게 될 것이다. 돈에 대한 욕심으로 우리는 더 벌기위해 개인시간을 돈버는데 쓴다. 그러면 생계를 위한 활동을 하기 어렵고, 그러면 또 생계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하기에 시간은 더 부족하게 된다. '적게 벌고 더 잘 살기'란 책을 쓴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선생님은 요즘 해질 때까지 일을 하고 집에 들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한다. 원래 농부들은 해가 떨어지면 바로 곯아떨어지고 날이 밝으면 일어나 일을 하기 시작한다. 글을 쓰다보니 1시정도까지 일을 하는데 해가뜨면 일어나는 것은 똑같다. 다만 아침(12시에 먹는 아침. 하루 2끼를 먹는다)을 먹고 더위를 피해 낮잠을 잔다.

직접 흙부대를 쌓아 지은 집에서 아직 약간은 산속이 무섭긴 하지만 대부분 적응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위에서 떨어지는 지네는 아직도 적응이 안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행복한 지금의 삶을 다시 글로 쓰고 있다. 올 가을 정도에 책으로 낼 것을 목표로 즐거운 글쓰기가 한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