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종자, 세계를 지배하게 놔둘 것인가?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를 읽고


김충기




몇 년 전 KBS 특집으로 방영되었던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가 책으로 엮여 발간되었다. 한 시간 정도 되는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내용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엮어 다시 한번 잘 정리된 교과서같이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록된 소장용 영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GMO로 대표되는 종자의 특허권과 여기에서 족쇄가 채워진 농민들을 통해 초국적기업의 종자독점과 이를 통한 먹거리지배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지표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인도의 목화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몬산토의 종자로 농사를 지으면서 오히려 수확이 떨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졌지만 토종목화씨앗을 잃은 농민들은 대안이 없이 계속 유전자조작 목화를 심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굴레에서 "지난 10년 동안 20만 명에 이르는 인도 농민들이 자살을 선택했다"




지식채널e - 사라진씨앗

우리나라도 97년 IMF사태이후 대부분의 종묘회사들이 다국적기업으로 인수되면서 순수 육종기술이 있는 굴지의 회사들이 모두 외국자본으로 넘어가게되었다. 멀리보면 일제치하, 한국전쟁때 미국과 일본이 수집해간 다양한 유전자원(씨앗)이 이제 거꾸로 로열티를 내고 쓰는 특허로 돌아오고 있다. 

종자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녹색혁명을 통해 모든 농사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바뀌게 되면서 종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량종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하고, 대규모 단작을 통해 농사방법도 단순화, 기계화되게 된다. 당연히 종자도 한가지만 쓰게 된다. 종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대규모 단작화 정도가 매우 심각한 미국의 경우 0903년 당시 미 농무부에 등록되어 있던 상업작물중 96퍼센트가 현재는 재배되지 않는다. 배추 종자의 93퍼센트, 옥수수의 96퍼센트... " - 본문 99쪽 -

1845년 아일랜드의 감자기근도 결국 한가지 종의 감자를 키우면서 대기근을 만들어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광교콩, 통일벼의 실패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종자독점은 유전자조작과 패키지로 판매하는 농약, 씨앗을 받아쓰지 못하는 특허를 소유한 자본, 대규모단작으로 인한 종다양성의 파괴, 결정권을 잃게 된 농민들,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를 먹게되는 시민들, 소농 가족농의 붕괴 등 복잡한 문제들을 낳게된다.

암울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실제 KBS에서 방송이 나갔던 2011년에 비해 독점은 계속해서 공고화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다양한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이에 대응하는 운동을 일어나고 있다.

이를 위한 중요한 개념이 몇가지 등장한다.

'농민권'
'식량주권'
'토종종자'
'종자주권'
'소농'

그리고 인도의 '나브다냐 운동', 소농국제연대조직인 '비아 캄페시나', 한국의 토종종자 운동을 하는 '토종 씨드림'의 활동을 소개한다.

"식량 주권은 생태적으로 건전하게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어 건강에 좋고 문화적으로 적절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권리이다. 또한 사람들이 스스로 먹거리와 농업 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식량 주권은 시장과 기업의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 식량을 생산,유통,소비하는 이들을 먹거리 체계와 정책의 중심에 놓는다. ... " - 2017년 닐레니 식량주권 포럼 선언문
"비아캄페시나에게 종자는 자연으로부터 사람들을 위한 부를 만들어내는 데 땅과 물, 그리고 공기에 이어 네 번째로 중요한 자원이다. 유전자원은 생산자에게나 소비자에게나 의, 식, 주, 연료, 의약, 생태균형 등을 만들어내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된다." - 비아캄페시나, 2001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비아캄페시나의 발리 씨앗 선언문이 실려있다. 농민권의 보장, 시앗에 특허를 보장하는 것에 대한 반대, 종다양성 반대, 토종씨앗의 공유와 종다양성 유지,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속가능한 소농농업 지지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마지막에 이 선언문을 읽으며 문제를 정리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자본에 의한 먹거리의 체계는 이미 슈퍼마켓에서 대형마트에서 접하는 일상적인 생활이 되었다. 우리는 종자의 독점부터 먹거리의 체계까지 이미 구조화된 시스템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지 머리 아파한다.  하지만, 이미 국제적인 큰 움직임이 있고, 연대하고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대안적인 먹거리, 농업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관심이다. 이미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자본들의 먹거리체계안에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단 실천할 일들은 명확하다. 관심을 갖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며,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이다. 소비자 뿐 아니라 농민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