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음식은 세상의 몸<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지음, 다른 세상, 2008.1.7.
이 책의 저자 마이클 폴란은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이며 환경운동가이다. 뛰어난 정원사이며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다. 자연, 식물, 음식 등을 통해 사회, 문화, 경제 문제를 독창적이고 깊이 있게 풀어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세컨네이처’, ‘욕망하는 식물’, ‘나만의 자리’ 등을 썼으며,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가 자연을 이용하는 정도가, 그리고 자연 세계가 달라지는 정도가 결정된다.” 26~27쪽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다름 아니라 세상의 몸이다.” 518쪽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책이다. 정확히는 음식과 인간의 관계, 지구와 인간의 관계에 관한 책이다. 지은이는 음식의 출발점에서부터 인간의 입에 이르는 과정을 탐험한다. 책 속에서 음식사슬이라고 일컫는 음식과 인간이 맺는 관계의 고리를 직접 체험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의 주요 음식사슬이 있다. 산업적 음식사슬, 전원적(유기적) 음식사슬, 수렵·채집 음식사슬이 그것들이다. 이곳 한복판에 뛰어들어 구르고 헤엄치며 얻은 탁월한 통찰을 펼쳐보인다.
산업적 음식사슬은 현재의 인류가 접하는 대부분의 음식사슬이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음식, 평상시에 먹는 음식의 대부분이 이것을 통해 우리에게 도달한다. 이 음식사슬은 길고 복잡하지만, 옥수수 한 종이 절대적 지위를 가진다. 음식사슬을 장악하고 있는 몇 개의 기업과 미국 정부의 정책이 만든 결과다. 산업논리에 따라 미 평원의 대부분이 옥수수 밭으로 변했다. 가공이 쉬운 옥수수는 당, 전분, 지방으로 변신하여 날마다 우리 식탁에 오른다. 옥수수가 사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육식도 결국엔 옥수수를 먹는 셈이다. 그 결과로 농민 파산, 생물 다양성 저하, 생태계 오염, 시민의 건강 문제 등이 야기 되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 정책은 흔들림이 없다. 기업이 통제하기 쉽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토양, 석유, 보건, 공공자금으로 치루는 비용을 감춘 체 말이다.
지은이는 전원적(대안적) 음식사슬을 들여다볼 수 있는 폴리페이스 농장에 방문한다. 그곳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초지와 소, 닭, 돼지, 농장 한켠의 숲은 서로 의지한다.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 유기농의 이상이 실현되는 곳이다. 개체 모두의 고유한 욕구가 존중되는 곳이다. 농장주는 세계를 구하는 일이라며, 로컬푸드 운동에 앞장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 전역을 판매처로 상대하는 산업적 유기농이 연방정부의 개입으로 커져갔다. 마트를 찾는 대중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대량생산, 장거리 유통을 지향한다. 80칼로리 상추 수송에 4,600칼로리의 연로를 소비한다. 관행농의 연료 소비량과 비슷한, 지속불가능한 체계가 유기농이라 칭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짧고 오래된 음식사슬에도 필자는 뛰어든다. 바로 수렵·채집 음식사슬이다. 수렵·채집은 문명화 이전의 우리를 알게 한다. 우리 몸은 아직 구석기 시대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밀착했던 우리는 문명으로 인해 인간·지구 관계에 대한 의식이 모호해졌다. 하지만 지은이는 사냥과 채집을 통해 잠시나마 그 의식에 접근한다. 돼지 사냥을 통해 인간 존재는 음식사슬의 일부일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버섯채집을 통해 음식이란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520여쪽의 대작이다. 음식사슬과 그에 얽힌 생물학적, 역사적, 인류학적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풍성한 이야기가 책의 주제를 가끔 잊게 만들었지만 흥미진진하였다. 방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 현장취재는 그의 노고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지은이 표현대로 ‘불분명한’ 음식사슬에 의문을 가진 독자라며 반드시 읽어 보실 것을 권한다. 텃밭에서 음식거리를 일부나마 얻는 이들, 유기농에 관심이 많은 이들도 필독하시길 원한다. 주옥같은 정보와 음식과 인간의 관계,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을 엿보실 수 있다.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은 잘 쓴 소설을 읽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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