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4일 화요일

[박노자 인터뷰] 2 - 기후재앙과 미래세대 교육차원 도시농업 필요


노르웨이 도시텃밭이야기를 연재하면서 마지막으로 박노자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외지인으로 알지 못했던 노르웨이의 도시텃밭이야기 그리고 시민사회이야기를 좀 더 깊이있게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박노자(본명 블라디미르 미하일로비치 티호노프) 교수는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1991년 한국으로 유학하였고 95년 한국 바이올린 연주자와 결혼하였다. 소련출신의 교육인·언론인·사회운동가·역사학자·한국학자로, 반파시즘을 대표하는 지식인이다. 잘 알려진 이름인 '박노자'는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필명이며,  2000년 노르웨이로 건너가 오슬로 대학교 동양학과 교수로 근무중이다. (편집자 주)

시민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노르웨이 정부

김보혜 : 오슬로시 도시농업과에서 지난 12월 첫 주 설명회가 있었어요. 올해와 작년 2백만 크로네 (약 2억 6천만원)을 50여개 단체와 개인이 지원을 받았고 내년에도 그 만큼의 지원을 일반 시민과 단체들의 신청을 받는다는 설명회가 있었어요. 혹 그 예산의 규모가 어떤 건가요?

박노자 : 잔돈이예요. 여기에서는 교수의 일년 월급은 세금 많이 떼니까 공제 이전의 일년 월급이 한 70-80만 크로네(약 9천만~1억원) 정도가 좀 더 되는데 따지자면 2.5명 교수의 월급 정도 되는 거지요. 잔돈이예요. 그리고 여기는 국가가 지원 안 하는 게 없어요. 웃기는 얘기지만, 노르웨이 공산당(옛날 친소련 공산당)이 아직 남아있는데, 그들도 지원금 받아요. 공식적인 목표는 혁명이고 노르웨이 국가 파괴예요. 그런데 그들도 지원금을 받고 있고. 예를 들어서 가장 급진적인 좌파신문인 ‘계급투쟁지’도 국가 지원금을 받으니까 광고도 안 받아요. 그들이 광고·스포츠뉴스도 없으니 품위를 지키는 거지요.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그 만큼 지원금이 들어오기 때문이예요. 노르웨이에서는 법적으로 특별한 틈새를 가진 데는 지원금을 받을 권리가 있어요. 거기에다가 예를 들어서 제가 시간이 없어서 못쓰지만 제가 만약에 노르웨이말로 대중적인 학술서를 쓰게 되고 그게 나오게 되면은 국가 돈으로 국가가 그것을 몇 백부 정도 되나? 한 500부인가를 사가지고 모든 공립도서관에 배치해요. 그래서 노르웨이말로 책 쓰면 어느 정도까지 판매는 보장되어 있어요. 여기 국가가 지원 안 하는데가 별로 없어요.

김보혜 : 도시농업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민단체가 만들어가고 있는지 제 질문 중에 하나였는데, 시민단체가 하더라도 정부의 지원인거네요.

박노자 : 결국은 다 정부 돈이예요. 그러니까 우리 세금돈이지요. 정규직은 중간 정도 월급 받으면, 45프로 정도 내요. 엄청난 돈을 각급 정부들이 관리하고 있는데 뭐 써야죠. 여기서 NGO들이 대체로 정부 돈 먹고 사는 사람들이예요.

김보혜 : 정부지원금을 받는 게 쉬운가요?

박노자 : 이미 받아온 전력이 있고 그게 어떤 특정 사회의 그룹에 직결되어 있으면 비교적 쉽습니다. 예산이 풍부하니까.

실제 오슬로 홈페이지에 도시농업보조금 관련 내역이 상세하게 공개되어있었다. 매년 이런 활동을 위한 지원금을 신청받아 지원하는데 2019년의 경우 147개의 신청자중 52개를 선정하여 지원했고, 공동주택·개인·민간단체·기업·복지관 등 다양한 조직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지원 단체에 우리가 소개했던 복센엔가 텃밭도 포함되어 있다. 오슬로시 콜로니하게, 스콜라하게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다양한 도시농업활동(뒤뜰, 정원, 옥상 등)을 홍보하고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추가로 찾은 정보로 콜로니하게 뿐만아니라 오두막이 없는 형태의 텃밭인 파셀하게Parsellhage가 24개가 있고 시에서 안내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키가든과 비슷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도시축산으로 양계와 양봉을 지원하는데 심지어 닭을 도축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상세한 메뉴얼도 제공하고 있다.
Holmlia Parsellhage (사진출처 : commons.wikimedia.org) 
1917년 시작된 가장 오래된 오슬로의 Egebergløkka parsellhage (사진출처 : 구글맵 캡쳐)
[참고자료] 오슬로 도시농업 참고자료

자연과 함께 자라는 것 만큼 중요한게 있을까?

김보혜 : 텃밭이나 농사하는 게 근본적인 가치가 있고 지금 도시 안에서 그것을 한다는 건 다양한 가치를 포섭할 수 있거든요.

박노자 : 그렇죠. 예를 들어서, 아이들한테는 휴대폰이 아닌 뭔가 손으로 할 수 있는걸 주는 거고, 휴대폰만 앉아서 보는걸 저도 도저히 차마 볼 수가 없는 현상인데, 텃밭은 자연과 친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고 식물을 알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리고는 각종의 곤충류라는가 등을 체험할 수 있고요. 그러니까 뭔가 자연계, 생명을 대하는 거지요. 생명을 직접 보고 이해하는 거지요. 중요한 거죠.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불행인거 같아요. 우리집 근처에 두 군데에 큰 농장이 있어요. 아직까지 제가 사는 곳은 도농혼합이예요. 거기는 그러니까 도시 구역이긴 하지만, 농장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농장가면은 좋지요. 예를 들어서 승마 연습도 시켜주고. 그리고 제 아이가 다녔던 중학교 바로 옆에 농지가 있는 거지요. 거기서 곡물을 가꾸는 거구요. 파종부터 가을걷이 수확까지 다 지켜볼 수가 있어요. 귀중한 거죠. 한국은 자연환경에서 아이가 거의 크지 못하잖아요. 거의 아파트에서 살고 땅을 밝지 못하고 사는 거고, 보통 음식은 슈퍼에서 사는 게 음식인줄 알고 그리고 손으로 거의 아무것도 만드는 게 없는 거, 한국아이들이 정답 외우는 거 밖에는 사실 하는 게 거의 없죠.

김보혜 : 그래서 요즘은 학교텃밭을 많이 확산하려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박노자 : 좋지요. 왜냐하면은 한국은 고층 아파트 비율이 너무 높고, 초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지 우리가 연구가 덜 되어서 아직은 모르지만, 굉장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요.

김보혜 : 주거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졌음 좋겠어요.

박노자 : 자연 속에서는 직선이 없거든요. 직선도 없고 이렇게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도 없어요. 그리고 이 엄청난 높이에서 사는 것도 자연적이지는 않은 거죠. 아이들이 예를들어서 고소공포증 비슷한 거 생길 수도 있고, 엄청난 압박감, 밀폐감이 대단할 수도 있고요. 아주 큰 문제예요. 크게 봐서 고층아파트는 굉장히 편해진 안락해진 변형이예요. 군대가 변형이죠. 똑같잖아요. 일률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모르겠어요. 저는 그것에 대해서 집이라는 느낌이 전혀 하나도 안 들어요. 저도 이제 노르웨이 환경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서울에 가면 밀폐감 그리고 심적으로 굉장히 부담이 커요. 그리고 제가 알던 동네들이 하나하나씩 망가지니까. 옛날에는 귀국 할 때마다 피맛골 골목있잖아요. 그 식당들 하나하나 다 알고 지냈어요. 옛날 그 화교 중국집들도. 화교들이 하는 중국집들 깡그리 없어졌지요. 지금 거의 고층 건물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조금씩 하나하나씩 없애는 거지요. 서울다운 동네도 안 남았어요. 가봐야 아직 조금…. 그나마 남은 동네들이 거의 다 관광지구화 되어서 사람이 살 수 가 없어요. 주민들이 엄청 불편하고 북촌마을 아시죠? 거의 살 수 가 없지요 본인들이 박물관 소유물도 아니고…. 서울에 가면 맨날 이런 거 느끼는 거지요. 불편하지요.


기후위기는 농업의 위기, 곧 생존의 문제이다.

김보혜 : 도시농업의 역할과 가치 중에는 토종종자를 지키고 식량주권을 회복하는 것도 있습니다.

박노자 : 주권이라기 보다 생존의 문제예요. 앞으로는 기후위기가 지금 이제 시작단계인데 이게 본격화 되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지금은 아무도 몰라요. 정말 아무도 몰라요. 방글라데시 같이 일억이상이 사는 나라가 통째로 그냥 수몰 될 수가 있는 거죠. 그것도 한 50년 내로. 그러니까 식량이 정말 생명이 될 수가 있어요. 인류 전체가 아마 거의 인류 역사 원시인간이 생기기 시작한지가 한 400만년이 지난거죠? 400만년 만에 제일 큰 시련인거 같아요. 빙하기와 비슷한, 빙하기보다 더한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은 식량은 생명의 문제가 될 거예요. 이건 주권 이런 건 아니고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한테는 하루 세끼 제공하는게 문제가 될 수 있어요. 큰일이지요. 한국은 지금 농촌에 가면 평균 연령이 70세인데 뭐 굉장히 큰 문제이지요.

박노자 : 우리 대한민국도 도시농업이 북한만큼 발전되었음 좋겠어요. 북한은 도시에서 가꿀 수 있는데에서는 가꾸고 그렇지요. 평양은 관리가 심하고 그렇지만 평양보다 지방소도시는 아파트마다 뒷 뜰에서 뭔가 가꾸고 그런게 있습니다. 식량자급률로 봐도 사실 북한이 식량자급률이 더 커요. 이건 큰 문제예요. 사실은 한국은 여전히 빈민층의 영향 섭취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빈곤청년들 중에서는 절반 정도가 식사를 거르거나, 그거는 심각한 거죠. 대한민국도 도시가 북한만큼 발전되었음 좋겠어요.

김보혜 : 아직 발전이 안된 전통적인 모습으로 남아있다는 건가요?

박노자 : 근데 북조선이 이거는 미발전된 부분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서는 시골에 가면 저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제 선후배들이 러시아대사관에서 근무를 해요. 근데 지방에 가도 중국제 태양열판이 거의 집마다 다 있대요. 대체 에너지로 전기가 잘 안 들어오니까 요즘은 중국제가 하도 싸니까 중국하고 교역이 많고, 암시장 장마당을 통해서 얻을 수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어찌보면 미발달과 초근대 초현대의 재미있는 혼합이죠. 미발달만도 절대 아니고 그리고 요즘은 어느 지방을 가도 휴대폰이 다 터지고 그러니까 휴대폰 보유 갯수도 한 3백만개 넘었고요. 혼합이지요. 글쎄요. 발달이라는 것이 단선이 아니잖아요. 단선 직선이 아니잖아요. 과거에 인간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잘 보유하고 계속해서 가꾸고 뭐 이런 것이 좋은 발전이죠. 한국은 오히려 이 부분이 너무 부족해요. 저는 지금 한국에서 농업을 국가가 방기한 거라 생각해요. 포기한 거잖아요. 이거는 분단만큼이나 큰 재앙이라고 평소에 생각한거죠. 우리가 분단된게 말하자면, 한국인의 탓이 아니지만은 이 것(농업을 방기한 것)은 스스로를 그냥 사지에 몰아넣은 거죠. 앞으로 이게 조금 장기적으로 본다면 50년이나 100년 단계적으로 본다면 한국이라는 국가가 농업을 포기 한 게 공멸을 결정한 거죠. 무엇보다 그렇죠. 제가 90년대 소련에서 별장에서 텃밭 가꾸고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 많이 봤거든요. 이거는 사실은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일 수도 있어요.

이어서, 마무리하는 영상인터뷰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편은 3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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