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의대 교수 경주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 김익중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지 4년이 넘었다. 보통의 사고 같으면 이미 사고원인도 밝혀지고 수습도 끝나있을 시점이지만 핵 사고는 이렇게 빨리 수습되지 않는다. 매일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이 사고의 수습에는 적어도 수 십 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이 사고에 의해서 일본 국토의 약 70%가 방사능 세슘에 오염되었다. 그리고 태평양은 상당부분 오염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따라 오염된 자연환경에서 생산된 식품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명태, 대구, 고등어, 방어 등을 수입하고 있는데, 작년까지 농수산식품부가가 측정한 바로는 이들 수산물에서 세슘이 킬로그램 당 0.5-25베크렐로 오염되어 있었다. 이들 오염된 수산물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며 수입이 허가되었고, 모두 유통되었다. 현재도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능 물질이 발견되면 되돌려 보낸다고 하지만, 시장에서 구입한 수산물 중 일부에서 꾸준히 방사성 세슘이 발견되고 있다. 정부가 갖고 있는 국민 보호 방법은 바로 “식품 방사능 기준치”이다. 이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된 식품은 생산 및 유통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말대로 기준치 이하면 먹어도 되는 것일까?
현재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방사능 기준치는 킬로그램 당 100베크렐이다. 다소 생소한 단위인 베크렐은 1초에 일어나는 핵붕괴의 수를 의미하는데, 우리의 식품 기준치는 “1킬로그램 당 세슘의 핵붕괴가 1초에 100개가 일어나는 정도”의 오염이다. 기준치로 오염된 음식을 1킬로그램을 먹으면 우리 몸속에서 초당 100개의 핵붕괴가 일어나게 된다. 2초면 200개의 핵붕괴가 일어나고 하루에 약 천 만개의 핵붕괴가 일어난다. 게다가 이 기준치는 오직 세슘만을 계산 한 것이다. 핵반응이 일어나면 세슘 뿐 아니라 약 100 가지의 핵물질이 형성된다. 그래서 만일 음식에 세슘이 있으면 다른 핵물질도 있다고 평가되는데, 세슘만 계산해서 하루에 천 만개의 핵붕괴가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정도가 소위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것이다.
이정도의 방사능 오염이 의학적으로도 안전한 것일까?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이 안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의학적으로는 이렇게 되어있다. “방사능에 안전기준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피폭량이 많을수록 암 발생 등 건강 위험이 증가한다.” 다시 말하면 방사능에 피폭되지 않을수록 안전하다고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능한 한 피폭량을 줄여야 된다.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은 피하고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골라먹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서 훨씬 방사능에 민감하다. 몇 배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어릴수록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고, 이에 따라서 더 적은 양의 방사능으로도 암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급식에서의 방사능 오염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의 교육당국 중에서 급식에 들어가는 식품에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이용해서 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곳이 몇 군데 만들어졌다. 주민발의로 조례를 만든 경우도 있고, 지자체 의원발의로 만든 경우도 있다.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알고 있는 바로는 현재 국산 농산물에는 세슘이 검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생선들도 거의 검출되는 예가 없다. 검출이 되더라도 1베크렐 이하로 나오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불검출이다. 그러나 일본 수산물은 다르다. 최고 90 베크렐 이상도 측정된 바 있다. 이렇게 심하게 오염된 수산물도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며 모두 유통되었던 것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국민의 피폭량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취한 조치는 거의 없는듯하다. 그저 일본에서 수출을 금지하는 식품을 우리도 따라서 수입을 금지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사능에 의한 식품 오염 문제는 앞으로도 수 십 년 지속될 장기적인 문제이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정부는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지 말고, 국민들의 피폭량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해야한다. 지금이라도 태평양과 우리 근해의 방사능 오염지도를 작성해서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수입식품의 방사능 오염정도에 관한 정보도 생산하고 이를 국민과 공유해야한다. 그리고 식품 방사능 기준치도 “달성 가능한 가장 낮은 값”으로 수정해야한다.
한편 우리 교육당국 역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적어도 일본산 수산물 등 오염 우려가 있는 식품들을 급식에서 배제하거나, 식자재들에서 방사능 측정을 꾸준히 하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 방사능 오염문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해서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2011년 3월 12일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4개 원전 폭발에 의해서 오염된 일본국토. 약 70% 정도의 국토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이는 농산물의 70%가 오염되었음을 의미한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태평양의 오염. 오염수는 앞으로도 수십년간 방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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