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0일 목요일

세균, 생명이 넘치는 행성을 만들다. - 공생하는 세균, 모든 동식물의 기원



[텃밭에서 읽다] 린 마굴리스의 <공생자 행성>
 
구름너머
 
지난 3월 언론 발표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지대 과학자들은 인간 몸속의 DNA 일부가 미생물로부터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박테리아, 원생생물, 바이러스, 균류들로부터 외부 DNA를 가져왔다. 인간의 ABO 혈액형 관련 유전자, 면역반응과 산화 활동 관련 유전자 등이 외부 생물로부터 받아온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했다. 이것은 전통적인 진화론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신문기사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공생자 행성>을 읽고 나면 그것은 괜한 호들갑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도 아닌 것이 동물도 아닌 것이
이미 생명은 원시 지구 시절부터 공생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품고 있으며, 현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저자 린 마굴리스는 말한다. 우리의 몸속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식물의 세포 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산소호흡세균이 고세균과 융합하여 진화한 것이다. 식물의 엽록체나 우리 눈의 망막에 있는 색소체도 시아노박테리아가 진화한 것이다. 인간과 동식물 모두는 미생물들이 수십억년 동안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세균 세포가 동식물들의 출발점이다. 원시 지구에서 뜨거운 열과 황을 좋아하는 고세균과 헤엄치는 세균, 산소 호흡 세균이 만나서 삼자복합체를 만들었고 원생생물, 곰팡이, 동물 등으로 진화했다. 삼자복합체에 광합성세균이 더해져 식물의 조상인 조류가 되었다. ‘공생은 서로 다른 개체가 묶여 완전히 새로운 존재를 만든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 식물-동물이라고 불린 콘볼루타 로스코펜시스. 프랑스 북서 해안에서 볼 수 있는 이 생명체는 육안으로 보면 그저 끈끈하고 긴 바닷말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을 현미경으로 보면 편형동물과 조류가 공생하는 개체임을 알 수 있다. 편형동물은 조류의 광합성 산물을 먹이로 삼고, 조류는 편형동물의 배설물을 양분으로 삼는다.
 
지구는 생태계의 망
생명체는 탄소, 수소, 질소, , 인 등의 원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원소들은 재순환되어야만 생명체의 삶은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재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 단위가 바로 생태계이다. 지구는 이러한 생태계들이 서로 얽혀 있는 거대한 망이다. 지구는 우주에서 바라보면 화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대기 구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 대기에서 흔히 보이는 수소, 질소, 산소는 반응하기 쉬운 기체들이다. 이 기체들은 금세 반응하여 지금보다 훨씬 낮은 농도를 가지고 있고 메탄과 같은 비반응성 기체들로 채워져 있어야 자연스럽다. 화성의 대기가 바로 그렇다. 하지만 생명체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현재의 지구 대기는 지금과 같이 유지되고 있다. 1000만 종의 생물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지구규모의 물질 재순환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 다양성은 물질의 재순환에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초바다, 육지를 생명의 터전으로 바꾸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원소들은 물을 통해 움직여 순환한다. 최초의 생명이 바다에서 태어난 이유이다. 세포 내부가 물로 채워져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육지에서 각종 원소들은 어떻게 순환할 수 있을까? 강을 통해서? 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생명은 넘쳐난다. 그것은 초바다의 덕분이라고 책은 말한다. 식물-곰팡이 복합체 즉 식물과 근균의 공생이 바로 초바다다. 초바다는 물질 순환의 통로로서 육지에 있는 물의 망, 살아 있는 바다라 불린다. 식물-균근 공생이 바탕이 된 숲은 육지를 생명의 터전으로 만들었다. 물질과 에너지를 순환하게 했다. 육지 생물량의 84%를 나무가 차지하며, 식물의 90%는 균근 공생자를 가진다. 식물의 80% 이상은 균근이 없어지면 죽는다. 생명의 기본 원리는 재순환이다. 이는 공생을 통해서 가능했다.
 
인간 중심의 생명관에 의문을 제기하다
지구의 이질적인 존재들은 우리의 친이자, 우리의 조상이자, 우리의 일부다.”(본문 196)
 
EBS 다큐프라임 <기생>에서 크론병에 걸린 학생이 등장한다. 크론병은 장의 염증으로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는 병이다. 이것은 치료하기 어려운 병인데, 기생충을 몸에 주입하여 치료하는 사례를 다큐프라임은 보여준다. 기생충이 몸의 일부가 된 것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은 명쾌한 정의를 부정한다.”(본문 27)
 
생명은 고정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의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공생자 행성>은 우리에게 지구와 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사유방식이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의 생명관을 되돌아 볼 것을 권한다.
 
책은 생물의 분류와 성(SEX)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동물 대 식물의 이분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보다 우월하다는 망상을 깨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