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30일 월요일

[노르웨이 도시텃밭이야기] 5 - 노르웨이 전통헛간과 교육텃밭 음식센터 그리고 콜로니하게!

안녕하세요? 인천도시농부한마당 사진 속 풍경이 정말 정겹습니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도 먹고 싶고요. 저도 얼른 돌아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 곳 오슬로에도 지금 도시농업 행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행사 이름은 스타브렛(Stabburet)으로, 과거 고기를 말리거나 곡식을 저장했던 노르웨이의 전통 헛간을 뜻합니다. 8월16일에 시작해 10월16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오슬로 도시농업의 역사가 담긴 헛간 전시관을 도심 곳곳에 설치하거나 다문화 교류를 위한 도시농업 마켓을 열고 외계인이 찾은 도시텃밭이라는 퍼포먼스를 가졌습니다. 이후 가을걷이 축제가 준비되어 있고 마지막 기념 행사가 오슬로 시청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oslo.kommune.no/stabburet)


Stabburet 노르웨이전통헛간

루싸떼르행사 - 외계인이 찾아온 텃밭
오슬로 도시농업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00년대 초, 개인의 식량 확보를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 형태는 두 가지이며, 하나는 콜로니하게(Kolonihage, 정원텃밭), 다른 하나는 스콜레하게(Skolehage, 교육텃밭)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옆으로 송 하게콜로니(sognhagekoloni.no)라는 정원텃밭이 있습니다. 이 정원텃밭은 1909년 봄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정원텃밭의 특징은 개인의 텃밭에 오두막이 하나씩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 이곳에는 72채의 오두막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18,000여 평의 면적에 206채의 개인 오두막과 정원텃밭이 있습니다. 개인의 텃밭에 오두막집이 있다는게 선뜻 그려지지 않을 거 같아요.

sognhagekoloni

송하게콜로니 배치도

노르웨이에는 휫떼(hytte)라는 별장 같은 오두막을 숲 속이나 바닷가에 지어놓고 휴가를 보내거나 가족이 쉬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문화가 있어요. 이 오두막은 크지 않고 심지어 전기나 수도를 들이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해요.

송하게콜로니의 오두막 (hytte)

송 하게콜로니에도 10평이 넘지 않게 공간을 제한한 개인의 오두막이 각 정원텃밭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모임장소로 이용할 수 있는 회관, 작은 도서관, 놀이터 그리고 공연장과 공동 화장실이 있습니다. 개인의 오두막 안에는 화장실이 없거든요. 4년 전부터는 도시양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정원텃밭은 매년 4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문을 열고 하루 이용시간 또한 오전7시부터 저녁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송하게콜로니 전경과 회관 내외부 모습
현재 이 곳의 모습은 텃밭 보다는 정원을 가꾸는 개인들의 쉼터로써의 기능이 더 두드러져 보여요. 하지만 지역 사회를 위한 활동을 통해 도시농업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정원텃밭의 중심에 위치한 회관은 약간의 사용료가 있긴 하나 예약을 통해 누구나 이용 할 수 있고 결혼식을 하기도 한다고 해요. 회관 내부에는 지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곳의 대표를 지낸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고 회관 건물 옆에는 오래된 물건들로 꾸며진 오두막갤러리가 있습니다.

송갤러리와 도시양봉 모습
송하게 빗물연구소
그리고 일년에 한 번 열린 음악회와 개인의 정원을 개방하여 벼룩시장을 갖기도 합니다. 특히 올해 이곳은 빗물을 활용한 정원 가꾸기 시설 설비에 대한 실험을 정부와 학계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sognhagelab.no) 이 정원텃밭은 오슬로시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개인이 분양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오슬로 도시농업의 시초가 되는 교육텃밭 중 저는 야이트뮈라 스콜레하게(geitmyraskolehage.no)에 가보았습니다. 이 곳 또한 1909년부터 현재까지 문을 연 도시텃밭으로 아이들에게 작물을 기르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1908년 처음 오슬로 프로그네르 지역에서 시작한 교육텃밭은 현재 오슬로시 여러 곳이 있으나 그 중 이곳이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이곳은 매일 오전9시에 문을 열고 오후4시까지 개방하여 누구나 산책을 즐기고 아이들이 놀이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야이트뮈라 스콜라하게 - 교육농장의 다양한 전경들

이곳의 면적은 약 12,000평이고 일부는 개인이 분양 받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밭일을 가르쳐 주는 교사가 있기는 하나 텃밭 관리와 운영에 대한 모든 일은 리더인 토레(Tore Chr. Faller)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63세인 토레는 30여 년 전 이 곳에서 일을 시작해 26년 동안 오슬로시 소속 정규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해에 몇몇의 학생들이 방문하냐는 질문에 토레는 그 수는 알 수 없다고 하면서 텃밭은 사전 예약 없이 언제나 방문이 가능하고 다만 구체적인 활동을 할 경우만 예약을 받아 지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방문 한 날에도 100여명의 아이들이 단체 방문을 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감자를 캐고 모닥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야이트뮈라 음식센터 행사
하나 더, 이 텃밭 맞은 편에는 어린이 음식센터 야이트뮈라(geitmyra.no)가 있습니다. 텃밭 가까이에 위치한 이 단체는 어린이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년에 여러 차례 오픈 행사를 갖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두 번 자원봉사를 한적이 있어요. 제가 자원봉사로 갔던 오픈 행사에서 아이들은 직접 생선을 해부하고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그렇게 요리된 음식을 먹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음식센터 자원봉사활동
저는 자주 집 앞 정원텃밭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얼마 전 저녁을 먹고 잠시 걸을 겸 정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침 한 개인 정원에서 사과를 수확하고 있었어요. 제가 지나는 걸 본 주인이 가지고 갈 수 있을 만큼 가져가라며 사과 바구니를 건네더군요. 저는 양 손에 하나씩 사과를 들고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발걸음을 옮기며, 집 가까이에서 농사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농사한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봤습니다.

송하게콜로니에서 바라본 우리집 

* 편집자주 - 콜로니하게는 마치 영국의 얼라트먼트가든이나 독일의 클라인가르텐과 너무 닮아있습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나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유럽의 텃밭(정원) 형태가 전통적인 단지형태(송하게콜로니)에 오두막이 있는 것와 최근 커뮤니키가든 방식의 좀 더 열린형태의 도시텃밭들(복쎈엔가 나르밀요하게)이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전통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 도시텃밭(콜로니하게)와 빗물연구, 그러면서 다양한 시도와 시민들의 참여가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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