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5일 수요일

[후기] 퍼머컬처 제안에 대한 도시농부의 응답!





응답하라 퍼머컬쳐


퍼머컬쳐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속된말로 머리를 볶을 때 ‘파마’를 한다고 한다. 이때 파마는 퍼머넌트(Permanent)의 줄임말이다. 퍼머컬쳐는 여기에 + 농업(Agricuture) 혹은 +문화(Culture)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유기농업과 다른점은 자연의 원리에 맞춰 디자인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농업을 넘어 문화적인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옛 시골의 풍경과 크게 다를바 없다.
작은 마을마다 우물이 있고 생활하수는 마을 아래 작은 연못(이나 둠벙)을 거쳐 자연정화되면서 냇가로 흘러갔다. 농사는 등고선을 이용한 다랭이논과 물을 대기위한 도랑은 하천에서 (자연경사를 이용해) 끌어왔다. 집집마다 작은 텃밭이 있었고 유기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그래서, 킹은 ‘4천년의 농부’라는 책을 통해 이런 원리를 소개까지 했다.




반면, 서양에서 영감을 얻은 빌 몰리슨과 홈그렌은 이런 아이디어를 체계화 시켜 이론으로 만들고 서구사회에 알려내기 시작한다. 비교적 가드닝에 익숙한 서구의 문화에 농업과 적정기술 등을 활용하여 과학적인 체계를 만들어낸 결과가 퍼머컬쳐라 보여진다.


응답하라, 도시농업


지난 9월 28일에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오선경 회원이 도시농부들에게 퍼머컬쳐를 제안했다. 오선경회원은 지난해 도시농업전문가과정을 수료하고 올해 자연농업연구회, 도시양봉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서울도시농업박람회에 ‘빗물소리’라는 텃밭을 출품하기도 했다. 파리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학부는 농학을 전공했다.
참으로 퍼머컬쳐에 적합한 도시농부이다.


지난 여름 국내 유일하게 운영중인 퍼머컬쳐 디자인 학교를 수료하고 다양한 고민거리가 많아졌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도시농부, 퍼머컬쳐를 제안하다.
‘도시농부에게 퍼머컬쳐 제안하기’로 읽힐 수도 있다.
특별히 홍보에 공을 들이지 않은 것에 비해 예상보다 많은 도시농부들이 참여했다. SNS를 보고 찾아온 낯선 참가자부터 몇 년만에 사무실에 참여 온 회원들까지 다양했다.
흥미로운 컨텐츠인 것 만은 확실하다.


도시농업을 단순한 텃밭농사로 한정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농업활동이 대부분 텃밭농사와 텃밭교육에 그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도시농부들도 텃밭농사만을 하기 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반면 농림부나 농진청은 도시농업의 확장을 위해 생활원예, 실내정원, 치유농업, 텃밭정원 등의 표현을 많이 쓴다. 도시농업을 단순히 텃밭농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키려고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기존 텃밭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나있다.
개인적인 경작, 경관의 좋지 못한 점, 공간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한 확장의 한계 등
그래서 텃밭에도 딱딱한 디자인이 아니라 예쁜 밭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공감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지지받는 도시농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미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퍼머컬쳐는 그런 도시농부들에게 신선한 제안이다.




퍼머컬쳐 디자인, 그 사례


전체적인 퍼머컬쳐의 디자인은 체계적인 원리와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안에 도입되는 한두가지 사례를 통해 퍼머컬쳐가 지향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대략 알 수 있을 것이다.


키홀가든(Keyhole Garden)은 열쇠구멍처럼 생긴 텃밭을 말한다. 이런 디자인 원리가 실제 농사의 생산성과 유기순환하는 원리의 농사법에 어떻게 역할을 할까? 그리고 기능적으로 효율적이면서 미적인 디자인도 흥미롭다.




나선형 텃밭은 조금식 경사지게 만들어 나선모양으로 조성된 텃밭이다. 마지막에 작은 습지를 두어 다양성을 높인다.

F:\퍼머컬처\spiral03.jpg


독일어로 Hugelkultur 이라 불리는 형태의 텃밭은 언덕처럼 높게 조성하는 텃밭으로 재배면적으로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언덕안에서 거름이 서서히 만들어져 생산성을 높인다.

F:\퍼머컬처\hugelkultur08.png


그외에도 등고선 습지, 음식숲과 같은 개념의 다양한 사례들은 초기 조성의 번거로움을 넘어 자연의 원리를 이용해 노동력과 에너지를 줄이는 방식의 농사법을 소개한다.


도시농부들이 응답해보세요.


퍼머컬쳐의 원리와 지향하는 점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가 말하는 ‘전통농업’이 사실은 퍼머컬쳐와 크게 다르지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다. 축적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에너지집약적인 지금의 방식은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도시텃밭의 기능과 도시농부들의 활동에 대한 취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텃밭은 지저분하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치부받는다. 제약되어 있는 도시의 공간에 일부를 누군가 점유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텃밭이 좀 더 공익적인 기능과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도시농부들 다양한 스펙트럼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텃밭농사를 좋아하는 도시농부도 필요하고
뜻 맞는 몇 명과 함께 정원 가꾸듯이 예쁘게 가꾸는 것도 필요하다.
텃밭을 얻어 약간 규모있게 농사짓는 도시농부도 있고
가볍게 베란다에서 새싹을 길러먹는 사람들도 있다.
생태적인 삶에 깊은 고민을 갖고 농사도 짓는 사람도
재미로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아 한달에 한번 옥상에서 마나는 청년도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당근에 물을 주어 길러먹는 아이도
텃밭에서 농사는 안 짓지만 농민과 직접교류하는 도시민도
옥상에 꿀벌을 기르는 직장인도
모두가 도시농부들이다.


[자료공유] 도시농부, 퍼머컬쳐를 제안하다. 오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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