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텃밭에서 읽다] 온전한 나의 시간과 만나자

온전한 나의 시간과 만나자

<실행이 답이다> 이민규 저, 더난출판사

저자 이민규는 “실행은 답이다.”라고 말한다. 실행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일까? ‘생각을 성과로 이끄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책 중간에 자주 언급되는 ‘기업’, ‘비즈니스’라는 단어는 ‘실행’을 통해 얻는 ‘성과’를 자연스럽게 ‘성공’으로 치환하게 한다. 책의 뒷표지에 있는 “행복 인생과 성공 비즈니스를 꿈꾸는 당신을 위한 실천 지렛대”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서문 말미에서 저자는 “실행은 자기의 재능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하며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음을 알려준다. 필자는 ‘통제감’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바로 ‘실행’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이 순간을 나의 것으로 온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실행’이라는 것이다. 바닷가에서 모래성 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그 순간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이다. 근사한 모래성이라는 ‘성과’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파도가 쳐서 모래성을 무너뜨리면 기뻐한다. 한 번 더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누릴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출처 : 픽사베이


아침 출근길, 전철역 바로 앞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파란 불로 바뀌자 형광색 조끼에 노란색 모자를 쓴 할아버지, 할머님들이 노란 깃발을 펼치며 사람들의 길을 열어준다. 몇몇 사람들은 횡단보도선과 깃발의 범위를 넘어서 옆으로 빠져 걸으려 한다. 그때 건너편의 할머니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휘휘 젓고 호루라기를 분다. 몇몇은 횡단보도선을 벗어나 대각선으로 걸으려다 다시 곧게 걷는다. 그런 광경을 보며 “참~ 융통성이 없는 분들이시네. 고리타분해. 어차피 길건너서 오른쪽 길로 가야하는데, 선 좀 벗어난다고 저 야단이셔.”라고 내뱉는다.
 
“내일 꼭 나와야 해! 부장님이 강조하셨다.” 내일은 토요일이지만 행사 참석을 위해 출근하라는 상사의 지시다. 이런 경우가 일상화되어 있지만, 아직도 마음으로 순순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월급을 준다는 이유로 내 시간, 내 삶이 통제당해야 하다니. 어쩌다 쓰는 휴가는 또 어떠한가. 급한 업무가 없어도 눈치를 보아가며 휴가 결재를 받아야 한다.
 
위의 2가지 예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두 가지 모두 삶에 대한 통제감에 관한 이야기다. 어르신들에게 건널목의 선을 벗어나는 사람들은 당신들의 일에 훼방을 놓는 이들이다. 그 순간에 대한 통제감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고 간단한 일이지만 자신이 좌지우지 하는 일이 아니라면 재미있을 리 없다. 어떤 일이든지 자신이 주도적으로 처리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중요하고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보다는 상사가 시킨 잡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직급이 높은 상사일수록 지시한 일의 경중을 떠나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 그 순간 나는 일의 완급과 경중을 판단할 수 없는 존재이다. 때때로 좌절감이나 낭패감을 맛보는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나의 시간, 나의 삶이 내 것이 아닌 것으로 느껴질 때이다. 성공과 성과로 가는 사다리로서의 ‘실행’ 보다는 ‘통제감 높이기’의 디딤돌로서의 ‘실행’을 말하고 싶은 이유이다. ‘실행’은 자신의 순간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고삐이다.

“모든 변화는 저절로 움직이는 자가추진력을 갖고 있어 아주 작은 변화가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조치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121쪽)”
 
‘최소한의 일’이란 바로 당장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실행’이 또아리를 튼 최소단위의 통제가능한 영역은 스스로를 확장시켜서 큰 변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변화에 실패하는 사람일수록 편지나 이메일의 회신이 늦고, 쉽고 즐거운 일만 하려한다는 대목은 무릎을 치게 한다. 바로 필자의 행태 그대로이다. 실행력이 탁월한 지인은 이 책을 읽었으나 흥미롭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미 실행을 잘하는 사람은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나처럼 무엇이든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에겐 반가운 책이다. 그런데 반갑기만 하고 거기서 멈출 가능성도 크다. 실행을 미루고 미루다 목표마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목차는 그대로 행동지침으로 써도 좋을 만큼 간결하고 명확하고, 문체는 평이해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본문에 풍부한 상담사례와 자기동기화 3단계, ‘파생효과 노트’ 작성의 세 가지 효과 등등, 요점을 정리한 부분과 Stop&Think&Action과 같이 실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어 여러분에게 권한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비슷한 내용을 여기저기에 배치해 놓아 중복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도대체 ‘현재’는 어디에 있는가?”이다. ‘목표’만 있을 뿐 ‘지금’은 없다. 지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실행’과 관련된 내용은 ‘통제감’에 대한 내용정도다. 성공과 성과는 개인의 ‘실행’에만 달려있다고 강조하는 시각도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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